꽃잎 인연 / 도종환




옷깃을 스치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마음을 흔들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저녁 하늘과 만나고 간

기러기 수만큼이었을까.


앞강에 흔들리던

보름달 수만큼이었을까.


가지 끝에 모여와 주는

오늘 저 수천 개 꽃잎도

때가 되면 비 오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흩어지리라.


살아 있는 동안은

바람 불어 언제나 쓸쓸하고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도

빗발과 꽃나무들 만나고 헤어지는 일과 같으리라.

 

 

 

 

 

마음을 흔들고만 간 것이 아니라

꽃잎을 때리는 빗발처럼

갈기갈기 찢어놓고 그냥 가버려

으드득 이를 갈며 칼을 벼리기도 하지만

그가 있어

삶의 어느 한 순간이 반짝였음도 기억하겠지요


이제 그 반짝임이 희뿌옇더라도

그 빛은 아직도 벼린 칼쯤은 단번에 녹여버릴 수 있어

우리는 또 새로운 꽃을 품는지도 모르지요, 바보같이.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