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

언제였던가
내 지치고 때묻은 신발 한 켤레
어두워진 밤길 한 비탈을 말없이
끌고 돌아와
고향집 부실한 토방 어귀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어머니를 부르면
당신의 저 민둥산 같은 가슴의
떨리는 반가움 위로
여직도 다 재우지 못한 눈물 한 타래
말보담도 앞을 세워 먼저 비치고
부산한 몸짓 서둘러 늦은 밥상을 챙기시던
그 떨리는 어깨 너머로
꼭 누군가의 옛 얼굴을 빼다 박은
저 한도 끝도 없는 영원함이여

 

     - 시집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에서 -

* 어머니는 내게 줄 것이 없어서 늘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어머니께서 내게 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안타까운 시선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어머니에게서 나는 참 많은 것을 받았다.

  한겨울 시린 새벽에 일어나 아들 녀석의 차가운 발을 어루만지는 어머니로부터

  참으로 따뜻함이 무엇인지를 알았고,

  가난하지만 남들 앞에서 전혀 개의치 않고 비굴하게 굴지 않는 모습에서

  실로 처연한 당당함을 배웠다.

  따뜻함과 당당함, 그 둘만으로도 내 세상은 충분히 행복하다.

  이제는 다 주었다는 듯 꿈에서조차 뵙기 어렵지만

  만월이 뜨면 그 한도 끝도 없는 영원함을 거듭 새겨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