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유금옥

 

 

노암동사무소 입구에

‘바르게 살자!’라고 쓰인 바위 옆에

나무 한 그루 서 있다

허리는 구부정하고

한쪽 팔은 부러졌다

다른 한쪽 팔은 비비 비틀렸고

다리는 작달막하고

무릎은 툭 튀어나왔다

술 냄새가 나는 나무다

화투판을 뒤집어엎는 나무다

태풍에는 비굴하게 굽실거리는 나무다

누런 이빨 같은 살구가 듬성듬성 달리는 나무다

나를 보면 반가워 나무 밖으로 걸어 나오는 나무다

누가, 아는 나무냐고 물으면

모르는 나무라고 말하는 나무다

 

                     《유심》2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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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살구나무에 노란 살구가 달렸다. 보기만해도 시큼하다. 떨어진 살구는 아무나 줏어 먹어도 되는 푸근한 과실이다.

둥치는 시커멓고 볼품은 없지만, 이른 봄 하얀꽃을 아련하게 피운다. "누가, 아는 나무냐고 물으면/ 모르는 나무라고 말하는"

 소유도 집착도 일찌감치 털어버린 나무다. (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