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루한 시인/ 김용락

 

 

박재삼 시인의 고향

삼천포에서 주는 박재삼문학상

1차 예심에 올라온 서른 댓 권의 시집 목록을 보니

대부분이 유명 출판사 刊

2차 예심에 올라온 열 한 권의 시집을 봐도

역시 유명 출판사 ㄱ,ㄴ,ㄷ 뿐

개중에는 시집을 내기 위해 2~3년은

족히 기다려야한다는 출판사도 있다고 한다

한국의 비교적 괜찮다는 시인들은

왜 상업적 판로망을 가진 큰 출판사에서만 시집을 내나?

가끔씩은 아침 풀섶의 이슬 속에

바알간 산딸기같이 수줍게 묻혀 있는

마이너 출판사에서

가난한 군소출판사에서 시집을 내는

관용과 여유는 보이지 않나?

냉혹한 자본주의를 가장 미워한다는 시인정신이

자기 시집을 낼 때는

상품과 물신의 자본주의 아가리 속에

고귀한 영혼을 그렇게 일관되게 쑤셔 박는지

어느 선배의 詩句처럼

숨어도 그 남루한 옷자락이 보인다

시인이여?

 

 

                                 《불교문예》2013.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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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숨어도 그 남루한 옷자락이 보인다/ 시인이여?" 이런 聖人에 가까운 삶은 살 수 없어도, 적어도 "관용과 여유"를

가지는 자세로 시를 쓰고 싶다. 유명 출판사가 아닌 지방에 작은 인쇄소에서 시집을 내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배짱도

필요하다. (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