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다가 새는 / 김사이

 


땅거미 가만가만 내려앉는

구종점 네거리 언덕배기 인력사무소 앞에

야전가방 하나씩 둘러맨 사람들

오야지를 에워싸고

내밀어진 손들에 하루치 몸값이 착착,

20년 날일 쫑내고 낙향한

노총각 조 씨가 툴툴거리며 그랬던 것처럼

센다 천 원짜리 닳고 닳도록 세고 또 세본다

아무리 세어도 한 장이 두 장, 열 장이 되지는 않고

하루를 세고 열흘을 세고 일 년을 세며

생을 셈해보며 탁 풀리는

손안에 움켜쥔 서푼짜리 삶이 샌다


노가다판에도 초록은 우우 우거져 여름은 깊어가고


김사이: 반성하다 그만둔 날.  2008년 실천문학사



노가다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색잡기로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아니라

가난을 물려받았거나 열심히 성실하게 살다가 

추락한 사람들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책임이

그들에게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서푼짜리 삶과 열푼짜리 삶이 가지런하게 늘어서는 날은 언제 오는지...

양심이 있는 지식인들, 그대들을 믿어본다.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