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을 지나는 늙은 선로공

 

황병승

 

하늘은 맑고 시원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오후

 

빛바랜 작업복 차림의 한 늙은 선로공이

보수를 마치고 선로를 따라 걷고 있다

 

앙상한 그의 어깨 너머로

끝내 만날 수 없는 운명처럼 이어진 은빛 선로

 

그러나 언제였던가, 아득한 저 멀리로

화살표의 끝처럼 애틋한 키스를 나누던 기억

 

보수를 마친 한 늙은 선로공이

커다란 공구를 흔들며 선로를 따라 걷고 있다

 

 

- 황병승 『육체쇼와 전집』문학과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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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 눈물 나누나 //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 눈에 흘러내리는 못 다한 말들 /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 쓸쓸한 사랑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 그립던 날들도 묻어 버리기 / 못 다한 사랑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풍경이 너무 쓸쓸합니다. 쓸쓸하다 못해 아프기까지 합니다. 쓸쓸한 풍경 속에서 ‘선로를 따라 걷고 있는 늙은 선로공’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따라가는데 문득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는 노래가 떠오릅니다. 쓸쓸한 풍경이 불러온 하나의 연상입니다. 소행성의 선로공이라니까 또 생 떽쥐뻬리의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소혹성에 산다는 점등인, 전철수도 떠오릅니다. 이 점등인과 전철수가 살고 있는 소혹성도 무척 쓸쓸해 보이는 별입니다. 점등인과 전철수의 모습도 다른 소혹성에 산다는 많은 등장인물들처럼 물론 쓸쓸합니다.

  ‘키스를 나누던 기억’이라고만 했다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상상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 앞에 붙은 ‘애틋한’이 키스의 기억을 아픔의 기억으로 떠오르게 하면서 어쩌면 풍경이 더 쓸쓸해졌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풍경을 더 쓸쓸하게 보이게 만들었겠습니다. 아픈 키스의 기억이라,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제게도 오래 전 있었던 기억의 한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쓸쓸함마저도 함께 해서 말입니다. (남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