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시가 가득하다

 

양성우

 

내 안에 시가 가득하다

나를 낙심케 하지 마라

여기까지 오는 길에 수렁에 빠진 적이

몇 번이었고 얼음에 누운 적이

몇 번이었던가

내 가슴의 상처들이 시가 되었다

남모르게 흘린 눈물까지도

웬일인지는 몰라도

차라리 온몸에 멍들고 응어리진 것들이

시가 되었다

내 안에 시가 가득하다

흐르는 물을 보며 소리 지를까

들어보라

내 모든 슬픔이 시가 되었다

눈비바람 어둡고 거친 길,

발끝에 차이는 잔 돌멩이 지푸라기들도

 

 

- 양성우 『내 안에 시가 가득하다』실천문학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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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대의 아픔과 슬픔을 짊어지고 저항의 투사로 살았던 노시인의 육성을 듣습니다. 시가 된 상처와 눈물, 멍과 응어리로 내지르는 통곡을 듣습니다. ‘시가 된 모든 슬픔’이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겨졌으면 바라는데 이건 한낱 꿈일까요. ‘나를 낙심케 하지 마라’고 여전 외치는 시인을 보며 그저 죄스럽고 미안합니다. (남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