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의 공식


 

스물두 살에 야간 여상을 마친 봉자 누나가 첫 봉급을 쓰리 당했다


울음은 몇 갈래로 터져 나왔다 오장 근처를 휘돌던 설운 마음은 먼저 목구멍을 타고 올랐다 분노는 휘발성이 강해 가녀린 팔뚝으로 내려가 주먹을 불끈 쥐게 했으나 곧 스르르 풀렸다 애증의 덩어리들은 눈 코 입에서 짠 분비물로 흘렀다 베개가 흥건해지면서 새롭던 각오는 축축해졌고 희망은 이불을 비집고 빗소리를 찢으며 처마에 기댔다 기침까지 섞인 울음은 오토바이 쓰리꾼처럼 급커브를 틀더니 급기야, 우리집 토담벽을 넘었다 울음은 감잎을 몇 장 들었다가 간장독을 폭삭 깨고 살금살금 기어와 벌어진 곳간의 문을 삐거덕 열었다 터진 쌀자루에서 불어터진 밥알들이 쏟아졌다 아! 이 정체불명의 도둑은 어찌하여 내 귓바퀴를 넘어서는가? 悲인가, 飛인가, 수학 문제집의 도무지 풀리지 않는 根의 공식처럼,


토닥토닥, 봉자 누나네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빈 독을 메우는 雨



뒤늦게 야간 여상을 마치고 취직을 해서 받은 첫 월급

참 좋은 나이의 봉자 누나가 날치기 당한 것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소 한 마리를 팔면 몇 마지기 논을 사거나 자식 하나 대학을 시킨다던 시절

내 어머니가 병으로 잃은 것은 소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들의 울음소리는 같을 것입니다

꿈을 날치기 당한 사람들의 처절한 울음소리

 

그러나 그들은 자신을 토닥여

새로운 비상을 했을 것입니다. 파이팅!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