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집

 

 

홍영철

 

집으로 가는 길은 많습니다.

사당동 쪽으로 가도 영등포 쪽으로 가도

서초동이나 신림동 쪽으로 가도 집이 나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참 많기도 합니다

길이 너무 많아서 가끔 길을 잃습니다

몸이 때때로 방향감각을 잃어버립니다

마음이 때때로 어지럼증을 일으킵니다

마음에도 길이 많아서 헤매나 봅니다

어디로 가야 제 집이 나올지

잘 모를 때가 있나 봅니다

마음이 집으로 가는 길을 찾느라

몸이 밤을 꼬박 세웠습니다

책상 위의 제라늄이 아파 보입니다.

내가 나에게 미안합니다

 

 

- 홍영철 시집 『여기 수선화가 있어요』문학과지성사 2012

 

 

***

  몸의 집으로 가는 여러 길에서 시인이 길을 잃고 헤맨 이야기를 할 때, 나 역시 몸의 집으로 가다가 잃어버렸던 길을 생각합니다. 몸의 집으로 가는 길을 이야기하다가 시인이 갑자기 말을 돌려 마음의 집으로 가는 길을 이야기하자, 내가 몸의 집으로 가다가 길을 잃은 까닭이 무엇인지 문득 생각납니다. 내가 몸의 집으로 가는 길을 가다가 길을 잃은 것은 마음의 집이 생각나 마음의 집으로 가는 길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입니다.

  나 참 많이 헤맸습니다. 타의로 헤맨 적도 있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생각해보니 타의로 헤맨 시간도 실은 자의를 숨긴 타의일 뿐, 역시 자의였습니다. 마음의 집으로 가는 길을 찾느라 몸이 밤을 꼬박 새운 뒤 바라본 책상 위의 제라늄이 아파 보인다면서 시인은 내가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는데 나는 늦게서야 책상 위의 제라늄에게 미안합니다. 육아도 가사도 모두 떠맡기고 혼자 마음에 몸을 묶고 훌훌 길을 떠다닐 때 몸과 마음 모두 나처럼 아파하면서도 말도 못하고 아픔과 외로움을 홀로 견디고 삼켰을 그 제라늄에게 자꾸 미안합니다. 내가 나에게 미안한 마음은 전혀 안 들고 오직 제라늄에게만 미안합니다.(남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