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가 망했다

                     송은영

 

 

 

사람들이 쓸만큼 돈을 벌어

놀고먹는 게으름뱅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부모도 자식을 버리지 않았고

자식도 부모를 버리지 않아 행복하단다

어제까지 사기전과자였던 사람들이

피 보일 상대가 없어지자

평범한 이웃이 되었다

교회당 십자가 밑에는

안식하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그리하여 우리 동네는

이날 이후로 사건 사고가 사라졌다

출근해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경찰들이

눈치 밥을 먹다가 하나 둘 사표를 냈고

급기야 세계동 네거리

노른자 땅에 점포 세를 붙였다

설탕 한 숟갈의 회유에도

납작 엎드린 경찰들은

전성기의 이름값을 분칠하다

버텨낼 재간이 없었던지

자신을 여러 번 개종했다

경찰서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더 이상

미치고 팔짝 뛰지 않았다

 

 

                     시집『별것 아니었다』2013화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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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노자의 도덕경에는 위정자가 있는지 없는지 느끼지 못하는 사회를 상급으로 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매일

매시간마다 TV에서 위정자들의 얼굴을 보는 저급 사회에 살고 있다.  마치 위정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국민인 것처럼 매시간

마다 국민을 두고 저희끼리 쌈박질을 한다. 이 시대 뉴스에서 우리는 언제쯤 정치인들을 보지 않고 살 것인가. 뉴스는 참으로

인간적인 것이어야 한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겨진 아름다운 미담을 발굴하여 뉴스화하지 못하고, 노상 그 역겨운

얼굴들만 비춰주는 방송사도 문제다. 위정자 권력자들이 설쳐대지 않고 망하는 사회는 과연 올 것인가. 송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언제쯤  "경찰서가 망했다"는 소식을 접할 것인가. (아 오늘 종로 경찰서가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내일은 포항남부

경찰서가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라고.(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