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두 번째 시집 내면
봄 가으내 부춧단 묶어 이고 제천장 가시던 어머니처럼
시집 한 보퉁이 싸 들고는 오일장으로 가는 거다

가서,
반 평 남짓 수상한 냄새 뽕뽕 풍기며
냉이처럼 자반고등어처럼 옷가지처럼
긴 하루 발 저리게 앉았는 거다
푸성귀 내음 생선 비린내 사람들 냄새
없는 것들 구석구석 찍어 바르고
기다리는 것도 없으면서 파리떼나 쫓으며
거, 뭐하는 거유?
분명 누군가는 한 번쯤 물어봐 올 때
죽도 밥도 찬거리도 되잖는 것,
그걸 뭐라고 해야 하나
다만 한 사내의 허기진 밥상밖에 되지 못한 그걸
환한 장바닥에 펴놓고
또 몇 년,
배부르게 뜯어 먹어보는 거다

 

                   - 이안 시집, "치워라, 꽃!"에서 - 

 

* 정말이지 오일장에 냉이처럼 자반고등어처럼 시집을 늘어놓고 왼종일 발 저리게 앉아있어 보고

  싶다. 그리하면 분명 호기심 많은 누군가가 거, 뭐하는거유? 물어올테고, 나는 그저 빙긋 웃으며

  왜? 시답잖게 보이우?라고 답을 해 줄테다. 그리하다가 날이 저물면 죽도 밥도 찬거리도 되잖는

  것이지만 정성스럽게 싸들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올테다. 돌아오면서 여린 빛으로 떠있는 초생달

  에게 실없이 한쪽 눈이나 깜박여줄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