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의 나라에서

        

초등학교 3학년 막내와 돈키호테를 읽는 밤
11월 바람은 창을 두드리고
키득키득 책을 읽던 놈이
불현듯 묻는다
"아빠 이거 다 뻥이지요?"
그와 깊은 가을로 여행을 하는 중이다
뻥의 마을에서 서성이다가
어린 그와 목로주점에 들어
설탕을 듬뿍 탄 와인을 한 잔 시켜주고 싶은 것이다
독한 술 한 잔을 단숨에 마시면
창을 꼬나들고 달리는 늙은 기사도 만날 것이다
도무지 세상에는 없는
공주들과 긴 늦잠을 자고
풍차 아래서 휘파람을 불고 싶은 것이다
뻥이 없으면 이 세상은 도무지 허무하여
살 수 없음을 그 아이가 불현듯 깨닫기를
중세의 성당에 앉아 기도하고픈 것이다

 

                         

* 정말로 뻥이 없으면 이 세상은 얼마나 허무하고 단조로울까? 얼마나 건조하고 밋밋할까?

   늘상 주절거리는 '뻥쟁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뻥'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 줄 알아?"라고 큰소리치는 뻥

   "오호 오늘은 천사보다도 더 예쁜데..."라고 치켜세우는 뻥

   " 네가 있어서 세상살이가 참 좋아"라고 다독거리는 뻥

   이런 뻥들이 가끔은 사실보다 더 훌륭한 말씀임을 아는 그대라면 내 오늘 기꺼이 이렇게 뻥을 치겠다.

   " 뭐든지 말만 해, 내가 다 해줄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