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이윤학

 

 

비닐하우스,

코아합판 문짝 옆댕이

두 겹 비닐에 메꽃들이 붙었다

불룩한 줄기와 이파리를 비집고

창문에 입술들을 밀착시켰다

 

흙에서 올라온 수증기가 끼었다

사라졌다 다시 끼기를 반복했다

 

할아버지와 살던 소녀는

반만 벙어리였다

한쪽 날개를 늘어뜨린 칠면조가

비닐하우스, 졸라맨 갈빗대 속을

느릿느릿 희미하게 거닐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소녀는 창문에 붙어

코로 숨을 쉬고 있었다

 

                           《불교문예》2013.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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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최근 이윤학의 시편들은 그 본래 사유의 시들로부터 풍경이 있는 관찰자적 모색으로 진화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시의 제목이기도한 메꽃은 논두렁 밭두렁에 피는 나팔꽃 같은 작은 풀꽃인데, 그 여린 꽃잎에서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벙어리 소녀를 병치시키고 있다. 이런 소시민적 인물을 객관화하기는 백석으로부터인가 싶다. 이럴테면 백석의 "定州城"

이라는 시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그것이다.

 

 

山턱 원두막은 뷔었나 불빛이 외롭다
헌겊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리 조을든 문허진 城터
반딧불이 난다 파란 魂들 같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 크다란 山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城門이
한울빛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백석 시 "정주성" 전문)

 

그러고보면 이 시는 박목월의 "귀밑사마귀"와도 궤를 같이 한다. 산수유꽃 노랗게 피는 봄날, 그리움에 젖어 울음우는 옛 小姐도

이윤학의 반만 벙어리 소녀와 닮아 있다.

 

잠자듯 고운 눈섭 위에
달빛이 나린다
눈이 쌓인다
옛날의 슬픈
피가 맺힌다


어느 江을 건너서
다시 그를 만나랴
살 눈섭 길슴한
옛 사람을

山수유꽃 노랗게
흐느끼는 봄마다
도사리고 앉인채
도사리고 앉인채
울음 우는 사람
귀밑 사마귀

             (박목월 시 "귀밑 사마귀" 전문)

 

이처럼 닮아있는 시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시를 읽는 즐거움의 하나일 것이다. (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