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을 하는 동안

 

강인한

 

좌회전으로 들어서야 하는데

좌회전 신호가 없다.

지나친다.

 

한참을 더 부질없이 달리다가 붉은 신호의 비호 아래

유턴을 한다.

들어가지 못한 길목을 뒤늦게 찾아간다.

 

꽃을 기다리다가 잠시

바람결로 며칠 떠돌다가 돌아왔을 뿐인데

목련이 한꺼번에 다 져버렸다.

목련나무 둥치 아래 흰 깃털이 흙빛으로 누워 있다.

 

이번 세상에서 만나지 못한 꽃

그대여, 그럼

다음 생에서 나는 문득 되돌아와야 하나.

한참을 더 부질없이 달리다가

이 생이 다 저물어간다.

 

 

***

  이 시를 오십대 중반에 들어선 친구들끼리 연을 맺고 있는 카페에 올렸더니 이런 감상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친구1) 시체처럼 땅바닥에 드러누운 목련꽃잎, 가버린 봄날, 가버린 청춘이 아쉬운데, 그게 유턴할 수만 있다면…… 그 애잔한 느낌이 확 다가오네. 그런데 유턴하는 게 좋기는 좋은가? 좋다면 어디서? 언제쯤?

  (필자) 유턴 자리까지 가서 좌회전 신호 없었다고 하는 건 핑계거리. 꽃 피는 그 새를 못 참아서 한 바퀴 돌다가 꽃 볼 때를 놓쳤으면 놓친 대로, 이왕 갔으면 그냥 가고 말지 새삼 유턴은 무슨 유턴. 내생이 있다 해도 내생에는 안 가고 싶고 이생에서 그냥 팍 사라져 지워지고 싶은 마음인데, 그 시인 참 싱겁네, 돌아보긴 뭘 돌아봐.

  (친구2) 나에게는 다음 세상이 없으니 이번 세상에서 꼭 만나고 가시오. 잘 읽고 갑니다.

  (친구3) 다 청춘을 그리워하고 젊음이 좋다고들 하지만 막상 돌아가라고 하면 다들 주저한다는군요. 지났으니 그립고 아름다운 것이지, 돌아가기는 싫다는 것. 꽃은 지니까 아름다운것이지요. 피어있는 시간이 짧아서 그리운 것이지요.

  딱 오십대의 마음이지요. 독자님들의 마음도 궁금합니다. 그냥 궁금할 뿐입니다. 궁금하다고 애써 들여다볼 수는 없지요.(남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