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음鯨音의 바다

-신라抄

                       임정옥

 

 

 

한 번 치면 바다가 엎드리고 두 번 치면 포뢰*가 놀라는 신라의 종소리는 동해 고래의 소리 성덕대왕신종이 울릴 때마다 서라벌은 경음(鯨音)의 바다

 

어머니의 어머니, 할머니의 할머니 그 바다의 고래였으니 내 피의 반은 신라, 나머지 반은 고래

 

그 뱃속에서 배워온 입맛으로 몸이 웅 웅 종소리를 내는 날이면 고래가 제 새끼 낳고 먹던 미역으로 더운 국 끓여 먹는다

 

바다를 헤쳐 이만 킬로미터 오가며 살아 있는 날의 사분의 일을 회유하는 귀신고래 있듯이, 내 생의 전부를 헤엄쳐 경음의 바다로 회유하는 고래

 

고래 당목으로 바다를 쳐 울리고 싶은 날

그때 신라로 돌아오던 고래를 만나고 싶은 날

 

 

 

*용생구자전설龍生九子傳說에 나오는 아홉 용 중 하나. 포뢰는 바다에 사는 고래를 무서워하여 놀라 비명을 크게 지른다 한다. 신라인들은 포뢰 모양을 종 위에 앉히고 고래 모양의 당鯨撞으로 종을 치면, 고래를 만난 포뢰가 놀라 지르는 소리처럼 종소리도 크고 우렁찰 거라고 믿어 범종소리를 경음鯨音이라고 하였다.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의 당목이 고래 모양인 것도 이런 연유이다. 일본, 중국에는 없는 우리 특유의 범종 장식물이며, 우리 범종만이 고래소리를 낸다고 한다.

       

                                                                                                      시집『어머니의 완장』2012년 황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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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이 시를 읽으면서 예전에 들었던 녹음된 귀신고래 울음소리가 생각났다. 홀로이 경주 박물관에서 성덕대왕신종 소리를 들었던 생각도 났다. 울음은 외로움이다. 깊은 바다 속에서나, 깊은 산 속에서나. 고래 모양의 당목(종을 치는 나무 둥치)과 포뢰라는 잘 놀라서 크게 우는 용이 성덕대왕신종에 같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미몽에 헤메는 존재라는 것은 외롭기에 늘 이렇게 우는 것이리라. (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