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의 천국      

                                  이 영 식

 

일개미의 장례식이다

 

기어이 동강난 허리

화구를 지나온 등신 뼈 여남은 조각이 작별을 고한다

잠시 울음 바람 지난 뒤, 유리막 건너편 마스크 두른 사내가 사각 쇠뭉치를 꺼내든다

 

듬성듬성 남은 백골 틈에서 쇠뭉치 끝으로 우르르 달라 붙는 검은 물체들 (못이란다)

땅땅! 관 모서리에 박아넣은 마침표, 이승과 저승을 가로막은 불가불不可不의 상징이다

 

지구라는 공을 굴리던

아버지라는 공, 남편이라는 공, 대리과장이라는 공......

뼈 주사 한 번 맞아본 적 없이 공만 굴리던 일개미의 뼛가루는 찬송가 291장 펼쳐 요단강으로 흘러드는데

 

제 삼자三者인 나는 못의 행방이 궁금하다

지남철에 딸려 간 그 쇳조각들 틈에서 망자의 가슴에 박혔던 못 몇 개 얼핏 본 듯도 하다

 

날마다 재생산되고 소비되는 못,

 

못은 하늘에 들지 못한다

못은 지상이 천국이다

예수 손바닥에 박혔던 골고다의 못은, 이천 년이 지난 지금도 못 머리 흔들며 개미들의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 이영식 시집 <휴休>, 천년의 시작, 시작시인선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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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득도한 스님들의 몸에서는 사리가 나온다는데, 득도를 꿈꾸지도 않고 꿈꿀 수도 없었던 속인들의 몸에서는 못이 나오나 봅니다. 아버지라는 짐, 남편이라는 짐 등 온갖 짐을 지고서 끓이던 애가 다 못이 되나 봅니다.

  '듬성듬성 남은 백골들 틈에서 쇠뭉치 끝으로 우르르 달라 붙는 검은 물체들(못이란다)'에서 한참을 멈추었다가 처음부터 다시 읽고, '지남철에 딸려 간 그 쇳조각들 틈에서 망자의 가슴에 박혔던 못 몇 개 얼핏 본 듯도 하다'에서 제 가슴에도 박힌 못 있었던지 따끔뜨끔 가슴이 아렸습니다. (남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