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기 위하여/조희옥

 

 

 

음식을 먹을 때 친구는 늘

좋은 것부터 먹는단다 그러면

좋은 것만 먹으며 최상을 사는 것이고

좋은 것을 뒀다 먹거나 혹은

마지막 입맛을 위하여 남겨두는 나는

못난 것을 먹으며 날마다

스스로 최악을 선택하는 것이란다

손수 꽃다발을 엮어 님께 보내며 한 시인은

오늘 꺽지 않으면 내일은 덧없이 진다했던가

 

유충으로 삼년을 보내고 두 번 허물 벗고

비로소 날개 달고 세 시간을 사는 티서강 하루살이는

그 시간에 결혼하고 아들을 낳는단다

시간이 짧으므로 결혼식은 않는단다

시간이 좀 더 긺으로 사람은

화려한 예식들과 제전들을 치루는가

사랑을 해야 하고 미움으로 녹이 슬고

지루한 시간의 아픔으로 나는 지금

방천길 홀로이 걷고 있는가

 

소멸성 개체들의 순간 불꽃같은

이 세상 풍경 눈부시다

 

                             시집 『달과 거미줄』 2005 청송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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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북천 방둑길에 벚나무 잎들이 곱다. 아주 붉지도 않으면서 노란색을 곁들여 단풍이 든 나뭇잎들. 둑길 따라 죽 늘어 서 있다. 봄에는 하얀 벚꽃길이더니 가을에는 고추색빛 길이 되었다. 그것도 한창때는 좀 지나서 성긋해졌는데 오늘 저녁 비 예보가 있기에 내일 아침이면 바람에 고운 잎들이 거의 다 떨어지고 말겠다. 조희옥 시집을 보다가 "사라지기 위하여"를 읽고는 곧바로 방둑길로 혼자 나왔다. (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