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커다란 호박에 바치는 송가

 

진은영

 

아담의 하느님이 말씀하신다:

누구도 이 탐스런 노란 보석을 탐하지 말라

 

사과가 호박이라면

이브가 먹은 것이 커다란 호박이라면

 

그녀는 작은 사과 한알을 먹고서야 알았다

자아(自我)―

혼자서 온전히 다 먹을 수 있는 것의 비밀을

육체 속에 홀로 남아 있는 것의 비밀을

 

(물론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몸을 떨며

반쪽은 아담에게 건네기는 했지만)

 

사과가 커다란 호박이라면

이브가 먹은 것이 아주 커다란 호박이라면

 

너무 많아, 뱀아 너도 한입……

아담에 사는 것 모두가 공범자, 맛의 죄인들

 

호박덩굴이 초록 뱀처럼 기어가는

땅 위에서 이브가 노래한다

여러분 핥아먹읍시다

호박, 대지 위에 맺힌 커다란 꿀 한 방울

달콤함의 전 우주를 회전하는 열매의 행성

 

결백한 하느님

거친 호박덩굴을 헤치며

혼자 아담을 떠나다 독백하신다:

나도 맛이나 볼 걸……

 

사과가 호박이라면

네가 먹는 것이 한여름밤의 달처럼 커다란 호박이라면

 

혼자서 다 가질 수 없는

이 달콤한 죄

 

(진은영 시집 <훔쳐가는 노래> 창비 2012)

 

 

  ***

  11월부터 2월까지 날씨가 추워지면 포항사람들은 과메기를 먹지요. 우리집 식구들은 사골을 푹 고아서 끓인 곰국을 먹습니다. 나는 식구들이 먹는 곰국은 어쩌다 한 번 쯤 먹고 대신 늙은 호박의 국을 만들어 먹으며 겨울을 납니다. 내가 먹는 호박국은 늙은 호박의 살을 무 썰듯 듬성듬성 썰어서 적당량을 물에다 넣고 펄펄 끓여 다 익으면 죽 개듯이 개어서 먹는 것인데, 보는 사람에 따라 죽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나는 이걸 오로지 국이라고 합니다. 내가 먹는 이 호박국에는 호박 외에는 아무 것도 안 들어가니까요. 하니 순 국이죠. 순 호박국.

  올해는 호박이 흉년이라고 엄마도 고모도 호박을 안주네요. 내게는 겨울나기 음식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 늙은 호박의 살로 끓인 호박국인데 아쉽습니다. 서울에 혼자 살 때 동네 친구 분들이랑 서울나들이 오신 엄마가 유일하게 가져오신 게 이 늙은 호박이었지요. 물론 같이 오신 동네 친구 분들은 모두 자식들 주겠다고 반찬들을 밤새 만들어 바리바리 싸들고 오셨더랬는데 우리 엄마는 오로지 이 늙은 호박 한 덩이만 이고 오셨다네요.

  늙은 호박 몇 덩이가 집안 어느 구석에서 이쁜 자태를 자랑하며 떡 하니 버티고 있거나 둘둘 굴러다녀야 하는데 마음이 영 허전하여 마트에서 호박 한 덩이를 사서 국을 끓입니다. 밍밍한 것이 비린내만 되게 나고 단 맛이 전혀 없습니다. 다량 재배해서 파는 호박은 거름을 제대로 안 주고 물을 많이 주고 키워서 맛이 그렇다네요. 잘못 사면 수입산 호박을 사게 되고, 마트에서 사면 거의 다량 재배한 것이라 하니 사는 것도 맘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모임 뒷풀이 자리에 농사 짓는 분들이 몇 분 계셔서 호박 얘기를 꺼냈더니 장날에 장에 가라고 그러네요. 해서 오늘은 흥해장이니 흥해장이나 가 볼까 합니다. 가서 ‘한여름밤의 달처럼 커다란’, ‘대지 위에 맺힌 커다란 꿀 한 방울’인 호박을 사올까 합니다. 사와서 껍질을 벗기고 속을 다 긁어낸 뒤 남은 살만 무 썰듯 듬성듬성 썰어 넣고 펄펄 끓일까 합니다. 펄펄 끓여 펄펄 끓는 달콤한 죄를 몇 사발 만들까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와 같이, 같이 할 누군가가 없으면 하느님이라도 꼬여서 달콤한 죄를 같이 나누어 볼까 합니다. (남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