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김주대


무릎이 많이도 튀어나온 때에 전 바지의 사내가
마른 명태 같은 팔로 몸의 추위를 감싸고 표정 없이 걷다가
시장 입구 버려진 사과 앞에 멈추어 선다
산발한 머리를 들어 사방을 한번 둘러보더니
발가락이 삐져나온 시커먼 운동화 발로 슬쩍슬쩍 사과를 굴려
구석으로 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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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사이에 있는 그는 인간을 버리지 않았다. 버려진 사과를 바로 주워들어 입으로 가져가지 않고, 사람들 눈치를 보며 발로 굴려가는 모습이 그랬다. 그는 여태 사람이었다.
그는 몇 달 전 빌려간 돈 천 원까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몇년 전 대한문 앞에서 만나 사준 담배 한 갑, 용산참사 현장에서 먹은 막걸리 한 병까지 모조리 기억하고 있었다. 문학상 시상식장의 뒤풀이장에서도 만났다. 시위 현장이나 주로 먹을 곳이 있는 곳은 다 찾아다니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곳에는 오게 되었는지, 한강에서 우연히 또 그를 만났다. 지갑에 천 원짜리 달랑 세 장 있던 걸 줘 보냈다. 현금인출기가 선착장까지만 뛰어가면 있었는데, 만 원짜리 한 장은 뽑아 줬어야 했는데, 보내놓고 후회했다. 그는 지금 시청 앞이나 광화문 근처에서 또 누군가를 기다리며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있을 것이다. 새까맣게 탄 얼굴에 눈만 하얗게 빛나던 그는 빌린 돈 100원, 얻은 돈 만 원, 얻어먹은 막걸리 한 병을 기억하면서 끊임없이 걷고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박영근 시인의 장례식장에서도 그를 보았던 것 같다. 글쟁이들 노는 문학판에 그를 아는 사람이 꽤 되는 모양인데 나는 아직 그의 이름을 모른다. 그는 끊임없이 내 이름을 이르집으며 시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나를 잘 아는 그는 누구일까. 보통 사람들은 뒷모습이 쓸쓸해 보일 때가 있는데, 그는 뒷모습 앞모습 옆모습 모두 쓸쓸해 보였다. 누구일까. 갑자기 모든 것이 미안하다.(김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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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김주대시인은 함창고등학교를 나온 상주출신 시인이더군요. 현재 거주는 서울에서 하고요. 제 페이스북 친구인데 이 시인이 올린 글들이 다 좋았습니다. 위 시 "한 끼"를 읽고 감동 먹어서 여기 옮겨 봅니다.(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