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업의 강도 


 

나는 오늘 태업하오.

볼펜만 돌리며 껌을 씹겠소.

밥을 축내다가 변기에 앉을 때,

힘은 그 때 쓰고 되도록 멍해지겠소.

화분에 심은 벚나무는 그러다가 죽었소.

근육의 긴장을 풀어서 꽃피지 않았단 말이오.

비명횡사한 나무가 불쌍해 보여도,

나는 의자와 한 몸이 되어 의자에 물들라오.

학연, 지연, 혈연 모두 동원하여

조금은 딱딱해도 의자와 붙어먹겠소.

그리하여 볕 좋은 어느 날, 조직이 낡아가고

동네가 부러지고 가문이 주저앉아서

다리 밑에 버려져도 꿋꿋하게 버티겠소.

월급은 꼬박꼬박 받아 챙길 것이오.

나도 꽃 피는 법은 배워야지 않겠소.

아침부터 저녁까지 쥐 죽은 듯이 있을 것이오.

그러다가 순식간에 죽어도 나는 모르오.

나는 의자니까, 몸이 굳어 있어도 오늘은 태업하오.

 

 

나와 그도 태업을 자주한다

어디 볼펜만 돌릴까

인터넷 기사를 읽고 동영상을 보고

쇼핑을 하고 음악을 듣고 쪽지를 주고 받는다

그러나 의자를 창고로 옮긴다면

나와 그는 아마 단식을 할 것이다

왜, 나와 그는 꽃 피우는 걸 원하고 그리하여

이 작은 도시가 거침없이 순환 하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으니까....후후후.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