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집


창포 강에 싸락눈이 내리는 오후

그대는 물을 긷고 나는 듣고 있었네

그대 발길에 스치는 조약돌의 음악 소리

아득한 산맥을 넘어온 시간들의 풍경 소리

내 마음이 가고 싶어 하던 곳에서

오롯이 돋아나던 낮은 숨결의 불빛들

그 희미한 불빛의 계단을 살풋이 밟으며 내려오던

싸락눈, 싸락눈, 싸락눈의 화음

창포 강에 싸락눈이 내리는 오후

그대 물동이에 담겨

나 여기 그대 집까지 왔네

그대는 검은 천막에 사는 여인

오늘 저녁 그대는

또 한줌의 쌀을 끊이네

저물어가는 창포 강가엔 아직도 눈이 내리는데

눈발 속으로 또 다른 눈이 내리는데

천막 속의 고요, 고요 속의 음악

나는 끓고 그대는 웃네


그대 집

희미한 호롱불 아래서

이제사 그대 입술 끝에 닿은

나, 고요한 한 잔의 창포 강


                                   



흰 눈이 소리없이 내리는 오후는

그 곳에, 그대에게 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너무 먼 그대

몸보다 마음이 멀어진 그대


그대에게 어떻게 갈까요

저 눈송이로 갈까요

처음으로 마음을 주고받던 강가

그 맑던 강물처럼

한 잔의 물로 그대에게 닿을까요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