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에서

 

 

김인육

 

 

젖는다,

붉게 펄럭이는 포장마차

사내의 동공이 젖는다

 

달처럼 울컥울컥 부풀던 여자

물 아래 가던 달 맨발로 안고 가던 여자

새가 되었다던가

바람이 되었다던가

 

사내는 매운 강술로 자신을 적시고 있다

어둑어둑 치욕이 숨어드는 저녁

붉게 술기운이 달처럼 오른다

젖는다, 사내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으로

도망간 여우

중심을 잃은 빈 술병이

젖는다

일렁이는 동공 가득히

화악, 휘발유 냄새가 난다

 

제 몸을 다 비워낸 술병은

뱀이 빠져나간 허물같이

어처구니없다

 

청산도 아닌데

어디선가 함부로 날아드는 돌들

사내가 깜깜하게 젖는다

 

(김인육 시집 <잘가라, 여우> 문학세계사 2012)

 

 

***

  포장마차에서 술병을 비우며 눈물에, 날아오는 돌들에 젖는 것은 사내인데, 나는 젖는 사내가 아닌 사내의 젖는 동공에 맺히는 여자에게 더 마음이 갑니다.

  달처럼 울컥울컥 부푸는 여자, 물 아래 잠긴 달이라도 잡으려는 듯 맨발로 첨벙첨벙 물속으로 사라지는 여자, 살으리 살으리랏다 청산으로 날아가는 여자, 새가 되는 여자, 바람이 되는 여자. 새 되고 바람 되어 날아가고 흩어진 다음에야 사내의 가슴에서 불타오르는 여자.

  시인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사내를 바라보고 있는데, 나는 갑자기 이 사내가 짜증스럽습니다. 울화가 치밉니다. 나쁘다, 나쁘다, 악이라도 한바탕 퍼붓고 싶은 심정입니다. (남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