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방 빈 방

 

최승자

 

빈 방에서

저 먼, 없는 폭포 소리를 듣는다

 

(먼저는 내가 빈 방을 만들어냈고

빈 방이 저 먼, 없는 폭포 소리를 만들어냈다)

 

먼 방 빈 방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폭포 소리는 흘러내리는데

 

호젓이 고즈넉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먼 방, 빈 방

 

- 최승자 시집 <쓸쓸해서 머나먼> 문학과지성사 2010

 

***

  한 친구에게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가 아닌 "새해 복 많이 지으"라는 덕담을 받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지으"라니, '짓는다'는 의미에 대해 곰곰 생각합니다. 최승자 시인은 '빈 방'을 지었네요. '빈 방'이라, 쓸쓸한 풍경입니다. 그런데 빈 방을 짓는 것으로 끝났으면 정말 그냥 쓸쓸했을 터인데 이 먼 빈 방에서 폭포 소리를 듣는다니 이건 놀라운 변화입니다. 저는 소리를 듣는 능력은 부족해서 눈 앞에 그림을 그립니다. 빈 방을 그리고 그 빈 방에 폭포 떨어지는 풍경을 눈 앞에 떠올리는데 어어, 능력이 부족해서 안 들리는 소리도 들리는지 갑자기 귀가 먹먹해집니다. 쓸쓸하면서도 가슴 아리게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폭포 소리 다음에 그 빈 방은 또 무엇으로 채워질 것인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문학마실 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지으시길 바랍니다. (남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