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버들

 

-김용택

 

 

너를 내 생의 강가에 세워두리.

바람에 흔들리는 치맛자락처럼 너는 바람을 타고

네 뒤의 산과 네 생과 또 내 생, 그리고 사랑의 찬연한 눈빛,

네 발 아래 흐르는 강물을 나는 보리.

너는 물을 향해 잎을 피우고

봄바람을 부르리. 하늘거리리.

나무야, 나무야!

휘휘 늘어진 나를 잡고 너는 저 강 언덕까지 그네를 타거라.

산이 마른 이마에 닿는구나. 산을 만지고 오너라.

달이 산마루에 솟았다. 달을 만지고 오너라.

등을 살살 밀어줄게 너는 꽃을 가져오너라.

너무 멀리 가지 말거라.

하늘거리는 치맛단을 잔물결이 잡을지라도

한 잎 손을 놓지 말거라.

지워지지 않을 내 생의 강가에 너를 세워두고

나는 너를 보리.

 

 

 

-김용택 시집『수양버들』(창비,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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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시인 김용택. 그의 제 11시집이 지난 2009년 봄날에 맞춰『수양버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 조선 풍속화의 대가(大家) 김홍도의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라는 그림을 표지화로 내세운 고급 양장본 시집이다. 이 시집에 실린 57편의 시 가운데 표제 시「수양버들」은 단연 수작(秀作)이다. 시상 전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행에서 6행까지, 7행에서 14행까지 그리고 마지막 15행과 16행이 그것이다. 먼저 맨 처음 부분. 수양버들을 두고 바람을 타고 치맛자락처럼 하늘거리며 봄바람을 부른다는 감각적이고 생생한 시각적 표현도 눈의 띄지만, 시적 화자가 수양버들을 의인화시켜 “네 생과 또 내 생, 그리고 사랑의 찬연한 눈빛,”으로 교감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탁월하다. 이 대화체의 어투는 중간 부분에 이르면 “휘휘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가 수양버들 나무에게 말을 건네는 모양새로 새롭게 변주된다. 마치 춘향가의 판소리 가락처럼 ‘타거라, 오너라, 밀어줄게, 말거라’ 등의 노랫말로 다채롭게 펼쳐놓는 중간 부분의 내용은 봄날 남녀의 농염한 사랑놀이처럼 황홀경의 아름다움 그 자체다. 그리고 끝부분은 시적 화자가 수양버들을 “지워지지 않을 내 생의 강가에 너를 세워두고/나는 너를 보리.”라며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시상으로 끝맺고 있다. 나도 나무나 꽃을 제재로 한 이런 기막힌 시 한 편을 갖고 싶다.

-이종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