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밥 먹는 사람

                  

저기 저 공사장 모랫더미에

삽 한 자루가

푹,

 

꽂혀 있다 제삿밥 위에 꽂아 놓은 숟가락처럼 푹,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느라 지친

귀신처럼 늙은 인부가 그 앞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무도 저 저승밥 앞에 절할 사람 없고

아무도 저 시멘트라는 독한 양념 비벼 대신 먹어줄 사람 없다

 

모래밥도 먹어야 할 사람이 먹는다

모래밥도 먹어본 사람만이 먹는다

 

늙은 인부 홀로 저 모래밥 다 비벼 먹고 저승길 간다

 

 

 

낙동강 줄기 따라 펼쳐진 내 고향 들녘

모랫더미로 민둥산이 되었습니다.

 

모래를 파헤치고 쌓아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

그 사람들 때문에 주변의 조금만 상가들은

수입이 많이 올라 신바람이 나기도 한답니다.

 

내가 소월시를 읽으며 기대어 앉았던 미루나무들

목욕할 때 가지를 늘어뜨려 내 몸을 가려주던 버드나무들

다 잘려나갔습니다.

 

나는 골똘히 생각합니다.

가난과 미루나무와 버드나무와

내 유년과 함께 거기 깃든 생명들을

 

나는 내가 답답합니다.-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