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문창갑

 

 

 

지아비의 유품을 수습하러

여자는 공사장에 왔다

무너진 여자에게 건네진 유품은

 

두어 벌 작업복을 삼키고

한껏 헛배 부른 비닐 가방 하나,

그리고 끝까지 주인 섬겼던

피 묻은 운동화 한 켤레

 

붉은 해는 기억하고 있다

 

여자의 울음에 안겨

유품이 가는,

어둑발에 지워지는 무명無名의 저 길은

 

씩씩 더운 입김 뿜어내며

힘센 코뿔소 오가던 길이었음을 

 

 

                      2011 한국작가회의 시분과 [내가 뽑은 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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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우리들의 아버지, 남편, 오빠 아니 남자들이란 다 코뿔소 같다는 생각이 이 시를

읽으며 든다. 집에서는 40키로 쌀자루 하나 들지 못해도, 밖에 나가면 80키로 한 가마니

쌀도 번쩍 든다. 이렇게 생계를 짊어지고 사는 그야말로 용감한 남자들. " 씩씩 더운 입김

 뿜어내며/ 힘센 코뿔소 오가던 길"이 거룩해 보인다.(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