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반탑/복효근

 

탑이 춤추듯 걸어가네

5층탑이네

좁은 시장골목을

배달 나가는 김씨 아줌마 머리에 얹혀

쟁반이 탑을 이루었네

아슬아슬 무너질 듯

양은 쟁반 옥개석 아래

사리합 같은 스텐 그릇에 하얀 밥알이 사리로 담겨서

저 아니 석가탑이겠는가

다보탑이겠는가

한 층씩 헐어서 밥을 먹으면

밥먹은 시장 사람들 부처만 같아서

싸는 똥도 향그런

탑만 같겠네

 

 

비나이다. 

배달하시는 아주머니가 쌓아올린 쟁반탑

다보탑이나 석가탑처럼 국보가 되는 거 원하지 않습니다.

산골마을 빈터를 지키는 유물로 남는 거 바라지 않습니다

쟁반탑을 무너뜨리고, 아주머니께

콧노래 흥얼거리며 꽃들이 흐드러진 냇둑을 거니는 날들이게 하소서

두 손 모아 비나이다.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