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장구

 

-손택수

 

 

 

일년에 한 번은 집이

장구소리를 냈다

뜯어낸 문에

풀비로 쓱싹쓱싹

새 창호지를 바른 날이었다

한 입 가득 머금은 물을

푸- 푸 - 골고루 뿌려준 뒤

그늘에서 말리면

빳빳하게 당겨지던 창호문

너덜너덜 해어진 안팎의 경계가

탱탱해져서,

수저 부딪는 소리도

새 소리 닭울음소리도 한결 울림이 좋았다

 

대나무 그림자가 장구채처럼 문에 어리던 날이었다

그런 날이면 코 고는 소리에도 정든 가락이 실려 있었다

 

-손택수 시집『목련 전차』(창비,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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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제목이 ‘집장구’다. 우리 노래에 장단을 맞추는 장구는 알겠는데, 도대체 ‘집장구’는 무엇인가? 그 표현이 재미있다. 시골집 문짝을 떼어내어 새 창호지를 바른 것이 장구처럼 당당당 소리를 내는 것을 나도 어린 시절 여러 번 경험한 바다. 손택수 시인의 진술처럼 “뜯어낸 문에/풀비로 쓱싹쓱싹/새 창호지를 바”르고 “한 입 가득 머금은 물을/푸- 푸 - 골고루 뿌려준 뒤/그늘에서 말리면/빳빳하게 당겨지던 창호문”은 영판 장구다. 뜯어낸 이 문짝을 손가락이나 대나무 잔가지로 두드리면 정말 당, 당, 당 장구소리가 마구 솟아났다. 이런 장구를 집의 아가리인 문에 매달아 놓았으면 집이 장구일 수밖에. 창호지 새로 바른 문을 걸어놓은 집을 장구로 본 작은 시적 발상의 전환이 멋진 시「집장구」를 만들게 했다. 손택수 시인의 둘째 시집『목련 전차』에 수록된 「방심」「추석달」「살가죽구두」「목련전차」같은 명편(名篇)들이 그러하듯 이 시도 시인의 구체적 삶의 체험이 시적 형상화의 바탕 무늬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 그가 부르는 노래들은 하나같이 공허하지 않고 우리네 삶의 진정성에 가 닿아 있다. 탱탱하고 한결 울림 좋은 저 집장구처럼 손택수의 시가 우리 한국 시단에 노래의 새 길을 여는 장구가 되기를 바란다. 다음에 나올 그의 셋째 시집은 손택수 장구의 어떤 음색(音色)일지 자못 궁금하다.

-이종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