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집 / 이세기


신발이 방문 쪽으로 가지런히 내여 있다


조금이라 뭍에 나갔는지

인기척이 없는 집


돌담 언저리엔

병구나무 어린 순이 자랐다


빗소리 잦은 날

할매 혼자 살고 있는

낡은 집에 들르면


약술이라며 갯국화주와

박대묵을 내줄 때가 있었다


빗소리 들으며

말동무가 되어준 적이 있었다


갈쿠리를 닮았다며

얼굴을 가리며 웃는 손


자글자글 쪼그라든 입에서

절름발이 딸아이

초산 얘기를 할 적에는


매년 이맘때쯤 온다는

뻐꾹새도 깃을 묻고 울어주었다


* 섬에서 혼자 사는 할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말동무일 것입니다. 자글자글 쪼그라든 입으로 한 세상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빗방울도 소리 낮추어 흐를 것입니다. 외롭지만 같이 도란거리는 풍경이 아름답게 들어옵니다. 뻐꾹새가 깃을 묻고 울어주는 절름발이 딸 이야기도 슬퍼서 더욱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함께 하기에 갯국화주가 참 맛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