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 송경동


어려서는 왜 그렇게 서울로 가고 싶었을까

서울이 그리울 때면

빈 철도 운동장을 스무 바퀴도 넘게 돌다

쓰러져 밤하늘을 보거나

밤이슬에 젖은 순천만 갈대숲에 나가

스산한 갈매기떼를 보곤 했는데


텅 비어 있는 퇴근 후 공단거리

철망 사이 기웃거리며

웅웅거리는 터번 소리를 듣거나

가리봉동 닭장집 골목 서성이다가

돼지껍데기 집 구석자리에 홀로 앉아

잔술에 어리는 눈물을 본다


인생은 어디로 떠나거나

오래 걷는다고

어딘가에 닿는 것이 아님을

이제는 안다


-삼보일배, 항의 방문, 삭발 투쟁, 단식 농성, 천막 농성… 안해 본 투쟁이 없지요.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외치며 싸운 지 벌써 6년입니다. 지하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부근에 위치한 기륭전자 옛 사옥에 가보세요. 서울로, 서울로 가고 싶어서 ‘빈 철도 운동장을 스무 바퀴도 넘게 돌다/ 쓰러져 밤하늘을 보거나/ 밤이슬에 젖은 순천만 갈대숲에 나가/ 스산한 갈매기떼를 보’던 소년이 일주일째 포크레인 위에서 울부짖고 있습니다. (권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