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푸른 물

                                                                        이대흠

 

파고다 공원에 갔지 비오는 일요일 오후 늙은 섹스폰 연주자가

온 몸으로 두만강 푸른 물을 불어내고 있었어 출렁출렁 모여든

사람들 그 푸른 물속에 섞이고 있었지 두 손을 꼭 쥐고 나는 푸른

물이 쏟아져 나오는 섹스폰의 주둥이 그 깊은 샘을 바라 보았지

백두산 천지처럼 움푹 패인 섹스폰 속에서 하늘 한자락 잘게 부수며

맑은 물이 흘러 나오고 아아 두만강 푸른 물에 님 싣고 떠난 그 배는

아직도 오지 않아 아직도 먼 두만강 축축한 그 섹스폰 소리에 나는

취해 늙은 연주자를 보고 있었네 은행나무 잎새들이 노오랗게 하늘을

물들이고 가을비는 천천히 늙은 몸을 적시고 있었지 비는 그의 눈을 적시며

눈물처럼 아롱졌어 섹스폰 소리 하염없을 듯 출렁이며 그 늙은 사내 오래도록

섹스폰을 불고 있었어

 

 

 

 

가을비에 몸을 적시며 두만강 푸른 물을 불어내는 늙은 색소폰 연주자의 기다림은 수십년이 되었겠지요 저도 그 옆에서 가을비에 눈을 적시며 님 싣고 떠난 배를 기다립니다. 늙은 연주자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내 눈가에 잔주름이 굵어지기 전에 다시 꼭 돌아오리라 믿으며...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