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기 여사

 

좁은 부엌에서 느릿느릿 국수를 삶는다

생선 몇 토막 손질하고

콩나물 씻으면서도 덜그럭 소리도 내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 누워 있던 마루방

벽면에 걸린 자잘한 사진들이

파랑의 세월을 풀어내고 있다

거센 파도를 낚고 있는 사내

뜨거운 젖 한 입 가득 문 돌배기

파리똥 앉은 액자에 눌려 있다

살붙이는 다 어디로 떠났을까

구룡포 시장 바닥에서 사십해, 국수 삶을 때마다

답답한 속 풀듯 생선과 콩나물 섞어

뭉친 국수 가닥가닥 흔들었으리라

이제는 손님 들까 말까한 식당문에 기대어

저물어가는 포구나 하염없이 바라보는 팔자지만

감척어선 풀어놓고 출렁이는

눈매, 아직 고웁다

 

* 기본적으로 시인의 시선은 따뜻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따뜻한 시선이 삶의 뒷골목에 온기를

  더해 준다. 시인의 따뜻한 눈매가 있어 강덕기 여사의 저물어가는 삶도 아직 고웁다. 싸늘한 가을날,

  삶을 진하게 우려낸 강덕기 여사의 모리국수 한 사발을 후루룩, 후루룩, 먹었으면 좋겠다. (윤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