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 


                                              박진성




산의 이름은 적상(赤裳)

붉은 치마가 은유라면 그 속에 내 사랑하는 여자가 산다네

구중심처에서 울울창창 나무들을 거느리는 내 사랑하는 여자가 산다네

고봉준령을 다 품은 적요로움으로 있는 내 여자여


나 다시 태어나면 네 치마 속 고로쇠로 서 있으리

바람 탓이라고, 몸으로 농짓거리 하면서, 내 손바닥으로 슬쩍 네 하초를 더듬고 싶다

내 직립의 일생이 순전히 내 여자를 향한 발기이고 싶다


빳빳한 내 상상을 풍경으로 바꾸느라 온몸이 치마가 되었네

저도 그리 싫지는 않아서 붉게 물들었네


나 다시 태어나면 적상산 고로쇠로 서 있으리 病이 깊어 적상을 찾은 이에게

수액을 다 내주어도 좋겠네

 

 

 

 만추입니다.

초록이 지쳐, 마지막으로 활활 타오릅니다. 갈증으로 남아 있는 지나간 여름에 다 못한

말들을 마지막 불꽃 속에 던집니다. 그리고 그 불꽃 앞에서 다시 두 팔을 벌리고

소리를 지릅니다. 병이 깊어 찾아오는 사람에게 수액을 다 내주어도 좋겠다는 젊은 시인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 알았습니다. 오래된 내가 이제사..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