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나무


-손택수




언뜻 내민 촉들은 바깥을 향해

기세 좋게 뻗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제 살을 관통하여, 자신을 명중시키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모여들고 있는 가지들


자신의 몸 속에 과녁을 갖고 산다

살아갈수록 중심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동심원, 나이테를 품고 산다

가장 먼 목표물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으니


어디로도 날아가지 못하는, 시윗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산길 위에서






-손택수 시집『호랑이 발자국』(창비,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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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화살나무를 아는가? 우리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박덩굴과의 나무로 잔 가지에 2-4개의 날개가 달려 있어 그 모양이 화살 같아서 이름 붙여진 화살나무. 이 화살나무를 가지고 손택수 시인이 짧은 그러나 매운 서정시 한 편을 썼다. 그 시를 읽으니 서정의 불화살이 내게로 날아오는 것만 같다. 이 시는 짧은 시이지만 그 짜임새가 아주 빼어나다. 1연의 내용이 화살나무의 모양새를 세밀하게 그려나간 묘사로 되어있다면 2연의 내용은 1연의 묘사로 뒷받침된 삶의 진실을 드러낸 진술로 구성되어 있다. 이 묘사와 진술은 서로를 짝으로 하고 있어 각각 그 빛을 더욱 발하고 있다. 손택수는 우리네 삶은 “살아갈수록 중심으로부터 점점 더/멀어지는” 목표물(과녁)을 “자신의 몸 속에 과녁을 갖고 산다”는 진리를 화살나무를 빌려 간명하게 묘파하고 있다. 그런데 3연의 시적 표현이 재미있다. 실로 거대한 묘사다. 작은 화살나무 가지에 대한 묘사와 진술로 시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거대한 산에 걸쳐져 있는 산길이 활의 시윗줄로 턱하니 앉혀놓고 있다. 그렇다. 1연과 2연의 시적 내용이 서정을 물고 있는 화살이라면, 3연의 내용은 그 서정의 화살을 날려줄 팽팽하게 당겨진 활줄 노릇을 하고 있다. 시가 참으로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

-이종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