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정채봉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정채봉 시집『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샘터사,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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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소설가가 시를 쓰는 일에 그다지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그러나 동화작가라면 다르다. 티없이 맑고 순수한 동심(童心)의 눈으로 사물과 세상살이의 이모저모를 찾아가는 일은 분명 시의 눈빛과 직방으로 통하는 일이다. 이제는 고인(故人)이 된 동화작가 정채봉의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를 읽으면서 나는 이것을 확인한다. 두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할머니를 어머니로 생각하면서 커 왔다는 정채봉 시인. 자라면서 한 번도 ‘엄마’라고 부르지 못했던 그의 이 시집 속에는 유독 엄마 이야기가 많다. 목숨의 끝자락을 저 앞에 두고 있는 암투병 환자인 시인의 목소리여서 더욱 가슴을 시리게 한다. 이 시집은 정채봉 시인이 저승으로 떠난 다음해에 발간되었다. 나는 이 시집을 몇 해 전 아버지 제사를 모시기 위해 포항에서 동해로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읽었는데, 도중에 몇 번이나 시집을 덮고 창 밖 동해 푸른 물에 내 눈을 씻었는지 모른다. 작가 정채봉은 또 다른 시에서,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단 5분만이라도 휴가 얻어 오신다면 원이 없겠다 한다.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엉엉 울겠다고 한다. 이제는 하늘나라로 가 계신 정채봉 시인, 그는 거기서 그렇게 불러보고 싶다던 어머니를 만났을까. 엄마 손잡고 엉엉 울었을까?

-시인(이종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