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미학

 

                         - 이 성 준

 

나이 오십이 되면

늙은 돌담도 새롭게 보이는 걸까

서울살이, 짓무른 눈에는

고향집 돌담이 예사롭지가 않다

 

크고 다부진 놈일수록

몸을 낮춰 아래서 받쳐주고

작고 보잘 것 없는 놈일수록

가볍게 위에 서서 중심을 잡아

함께 흔들리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마음만 먹는다면

틈 하나 없이 다 채울 수 있지만

구멍을 만들어

바람은 흘려보내고

햇빛은 나눠주고

구멍 난 가슴에 물을 머금었다가

조금씩 뱉어 대지를 키우고

 

비좁은 자리 좁혀

틈을 만들어 담쟁이에게 자리를 내주고

서로 부둥켜안은 채

흔들릴수록 서로 의지할 줄 알고

끝내는 무너져서도 멀리 가지 않고

몸을 서로 기대어

서로 힘을 합해 담을 지탱하는

떠나고서도 떠나지 못해

부둥켜안은 채 우는

서러운 얼굴들

 

여지껏 본 적 없는

보지 못했던 돌담의 철학

돌담은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