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동물

                       함종호

 

역사의 무게에 밤이 기우뚱

작은 벌레가 큰 소리로 운다

반딧불의 깜빡임이 숨가쁘다

 

경찰과 우익청년단이 들이닥치자

울면 죽는다, 너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소망을

표독하고 불 칼 같은 눈빛에 담아, 아기의 눈을 한참 쏘아보고

2살 아기를 울 밑 마른 잡초 밭에 집어 던진다

 

어머니의 표독한 눈빛에 감전된 아이는

사람의 아기임을 포기하고 아기 동물이 된다

숨은 멎고, 감정은 사라지고, 공포조차 버린다

하얀 눈을 하고, 주위를 할금할금, 작은 손전등 같은 밝은 눈길로 마당을 주시하며

맹수에 쫓길 때의 생존법만 어미로부터 배운, 짐승이 된다

 

흰 옷 입은 아버지가 총에 떠밀려 마당을 나서자

어머니의 비명 섞인 애원에 경찰이 멈칫하는 듯,

다음 순간, 어머니마저 학살 터로 가는 짐차에 실린다

 

다시 마당으로 돌아온 우익청년단원은 집안을 샅샅이 뒤진다

 

아기가 하나 있다는 판단이 그의 살기를 자극했다

총 끝으로 울밑을 쑤시며 다가온다

기필코, 큰 먹이는 다른 짐승 몰래 땅에 묻어두고

작은 먹이는 잡아 저녁꺼리를 해야겠다고 입맛을 다시며

 

‘시간 없어 빨리 나와’

 

아쉽고 아쉬운 듯,

시간만 있다면 이 빨갱이 자식을 저녁꺼리로 잡는 건데

투덜거리며 마당에서 사라진다

 

아기 동물은 잠이 든다

깊고 편안한 잠을 잔다

야행하던 꽃뱀조차 길을 비켜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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