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쥐

 박래여

 

 마당가 차 씨 자루 덮었던
 덮개 벗기니 들쥐 몇 마리
 혼비백산 달아나다

 배고팠던 게로군

 굴밤, 돌밤, 돌배, 돌복숭아
 과수원 까치밥까지 바닥 나
 자루 속 차 씨 넘본 건가

 자루 속에 집 지어 겨울나기 하고
 뚫린 구멍으로 흘러나온 차 씨
 뿌리 내려 잎 나도록
 내년 봄까지 그냥 둘 걸

 먹을 게 흔한 세상
 비렁뱅이 없는 세상이라지만
 잘 먹고 잘 사는 건 큰손 가진 사람들
 한 끼 때우려 라면 훔치다 수인 되는
 좀도둑 들쥐 너였구나.

 너 보기에 난 큰 집 가지고
 세 끼 따신 밥 먹으니 저것이
 고구마 가마니나
 나락섬인 줄 알았던 게지

 배고파 인가로 찾아드는 너
 사방 둘러봐도 배 채울 게 없으니
 미안해라
 겉으로 멀쩡해도 속 골병드는
 나도 너 닮은 들쥐란다.

 *생명 평화 탁발 시집 <바다가 푸른 이유> 수록

 

 

시 한 수 올리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소설 수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박래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