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법 위의 특권’이 아니라 ‘법 앞의 평등’을 요구한다

- 서울시선관위의 보도자료에 대하여

 

  지난 12월 28일 (사)한국작가회의는 서울시선관위가 137명의 젊은 문인들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사건에 관해 고발 취하와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12월 31일 서울시선관위는 이 성명서의 내용을 반박하는 ‘입장’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입장을 요약하면, 137명의 문인들이 신문에 게재한 광고가 “선거의 공정을 현저하게 해치는 행위”이며, 서울시선관위는 “보수·진보 구분 없이 광고시기·내용 등 위법성의 정도에 따라 고발 3건, 경고 7건”의 조치를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작가회의가 문인들에 대한 고발 취하를 주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를 경시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아울러 서울시선관위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 조치를 취하할 것을 요구하는 일은 “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고, ‘법의 원칙’은 문학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히고 있다. 국가기관인 선관위가 자신들이 고발한 사안에 대해 이토록 신속하게 반박 입장을 밝히는 것도 이례적인 경우이지만, 보도자료까지 배포하여 앞으로 있을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정권교체’라는 표현은 여야 후보 모두가 사용한 일종의 시대의식으로서, 야권후보는 ‘정권교체’에, 여당후보는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를 각각 강조했다. 선거 과정에서 작가들이 “새로운 대통령”을 요구하는 글을 신문에 게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과연 “선거의 공정을 현저하게 해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작가들의 행위가 국민 모두에게 부여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야겠지만, “고발 3건, 경고 7건”의 실체적 내용을 확인하고 형평성을 따져보지 않은 상태에서 작가들의 행동이 “선거의 공정을 현저하게 해치는 행위”였다는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적발되거나 의혹이 제기된 여러 사례들과 비교해보아도 작가들의 행위에 ‘현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에 우리는 서울시 선관위가 조치한 “고발 3건, 경고 7건”의 구체적인 사례와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문학인들이 선거법을 초월한 ‘특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비판한다. 그러나 우리는 문학인의 특권을 주장한 적이 없다. ‘선거법 위반’의 혐의를 받고 있는 여러 사례들을 비교 검토하여 과연 어떤 것이 선거의 공정성을 ‘현저’하게 해치는 행위였는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서울시선관위의 말처럼 ‘법의 원칙’이 문학인이라고 해서 달라질 수 없는 것이라면, 같은 이유에서 권력에 한층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예외여선 안 된다. 서울시선관위는 처음부터 작가들이 게재한 광고가 특정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우리가 확인한 그 광고의 실체적 진실은 다르다. 이번 광고는 비록 ‘시국선언’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는 않으나 지난 5년 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사태, 4대강 사업, 언론사 파업, 강정 해군기지건설 - 을 접하면서 “새로운 대통령”의 필요성을 절감한 젊은 문인들의 ‘시국선언’에 가까운 것이다. 이것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광고로 해석되어 선거의 공정성을 ‘현저’하게 위반한 행위로 판단되어도 좋은 것일까. 과연 우리 국민들에게는, 문학인들에게는 “새로운 대통령”의 등장을 요구할 자유조차 없어야 하는 것일까. 서울시선관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공정’의 ‘평등’, 즉 형평성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치주의를 경시”한 쪽이 과연 어느 쪽인지 국민들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다.

 

2013년 1월 2일

(사)한국작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