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 안 팔린다

 


 

 “시집 찾는 사람이 선생님밖에 없어요” 단골 서점 주인 말에 뒤통수가 가렵다 내가 주문한 시집은 한 권 더 들여놔 보지만 몇 달이고 등만 보이다 사라진다 서점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발길 붙드는 시집 코너, 한쪽 구석으로 밀려난 지 오래이다 신문에 매일 같이 시가 소개되고 인터넷에 수없이 시를 띄우는데 왜일까 국수 한 그릇 값이면 시집이 한 권인데 왜 눈을 돌리지 않을까 열세 권 시집을 낸 시골 시인의 34쇄는 전설이 되었다 시집을 팔리게 할 나의 궁리를 서점 주인이 누른다 “시보다 더 시 같은 산문, 시집보다 더 시집 같은 산문집은 많이 팔려요”

 

 

여권의 실세

 

 아차, 달력에 동그라미라도 쳐 놓을 걸 그랬다 아침 먹다 “어머님, 생신 축하드려요” 며느리의 전화를 받은 아내 “남편보다 낫다”며 휴대폰을 소파에 휙 던진다 해마다 생일 축하를 그 앞 주 토요일에 하다 막내 출장으로 미루는 바람에 깜빡했다 무심한 남편으로 보여 야속했겠다 싶어 “저녁이나 같이 먹자” 얼버무렸다 점심 약속 자리에서 이 말을 하니 애처가 지인이 케이크를 사 주었다 “여권()의 실세 체면 구겨서야 되겠느냐”며 축하 초를 아내의 나이보다 다섯 개 적게 넣어 놓았다 남이 사 준 것 눈치 챈 아내와 케이크를 먹었다 장모님도 처제도 자리를 같이했다

 

약력

 김천시 감문면에서 태어나 1979년 『시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으며 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장, 한국문인협회 경상북도지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김천문화원과 백수문학관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시집 『하늘 입』 『가둔 말』 『민들레 방점』등 13권을 상재했으며 시문학상, 예총예술상, 경상북도문화상, 경북예술상, 김천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