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


어디쯤일까, 저 여자 가고 싶은 곳

눈동자 풀어질 대로 풀어진 여자


비틀비틀 흔들리며 태양원룸 계단을 올라도

술에 점령당한 뇌는 자주 기억 장애를 일으켜

집으로 들어가는 비밀번호를 뭉개버린다


무엇일까, 저 여자 지우고 싶은 것

심해어처럼 깊은 밤을 헤엄치는 여자


으흐흑 으흐흑 검은 울음 토해내

꽃 피운 시절 기억하느라

온몸 하얗게 바람이 든다


문은 있는데 집이 열리지 않는다



커피숍 이디야


구석진 자리에 앉아 시집 한 권 펼쳐놓고

이디야가 무슨 뜻일까 생각해 보네


눈치 빠른 인터넷은

커피 발상지 에티오피아 부족장 이름이라고

재빠르게 속삭여주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앞에 놓고

아프리카 대륙의 작은 나라 부족장 얼굴을 그려 보네


커피 빛 피부색과 쪼개놓은 살구 같은 입술

나뭇잎으로 아슬하게 남성을 가린 그가

내 앞에서 춤을 추네


꾸덕꾸덕한 맨발이 생쥐처럼 놀라

허공에 날아다니네


이윽고 그가 맞은편 자리에 앉아

정중히 커피를 권하네


뭉툭하고 거무튀튀한 손

커피의 궤적이 시집을 읽네


이미령/경북 상주 출생. 2014년 시집 『문』으로 등단. ryeong123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