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14-3-3

 

    태반 속부터 나는 복제되어 있는 동물이다 달려오는 승용차를 향해 반인반수의 몸을 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 세포자살을 유도하는 유전자, 단백질 14-3-3을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여름 들판의 바람까지 복제되었다고 느꼈을 때, 늑대 스널프는 야성까지 복제된 완벽한 방어기제, 아주 비릿한 향기. 빳빳한 창살 속에서 추억이 흐려진다면 자살본능은 흘려버린 추억을 담는 것, 잃어버린 길에서 선율을 찾아보는 것, 마지막 울음소리로 달에 숨구멍을 내는 것, 늑대는 달밤을 이빨에 끼우고 들판을 내질렀다 얼굴에 드리운 죽음은 뼈 없는 달밤에 가한 혁명, 암호의 해독기

  도시의 복제 동물에게 퍼져있는 14-3-3 단백질, 너와 나의 몸속에 은밀하게 봉합된 맹독.

 

 

2005년 서울대 연구팀이 탄생시킨 세계 최초의 복제 늑대

 

 

 

 

발등

 

 

섬은 흰제비갈매기를 불러 모은다

물결이 빚은 발등이 섬의 몸이기 때문이다

가라앉지 않는 발등에 새가 앉는 꼴이랄까

피소니아 나무가 팔을 벌려 새들을 길들인다

날개를 달래야 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태평양을 날아온 지친 새들에게

일용할 열매와 둥지를 내어 줄 때

도꼬마리처럼 끈적한 씨앗들이 깃털에 묻는데,

가끔 새벽에 새의 발바닥이 나뭇가지에 붙어 있다

가지 위에는 햇살과 지난 여름, 죽음과 갈매기들

어미새는 몸까지 딱딱하게 굳어 입멸한다

새를 잡아먹는 나무!

날개는 다리를 달래고, 다리는 발등을 달래는 새

죽음에 애걸복걸하지 않는 새

저승 갈 때 귀때기 맞고도 꿈쩍하지 않는 새,

깃들인 침묵으로

바다는 발바닥을 숨긴 채 뼈를 없애는 중이다

새의 가슴뼈가 나무의 발등뼈에 스며듣다

여린 발등에서 곧추 올라 자신의 골격을 다지는 나무들,

그들의 골격은 점점 새의 뼈를 닮아 간다

끊임없이 죽음을 건네주면서

그들은 날개 달고 이 섬을 떠나고 싶었던 걸까

이제 새가 열매로 태어나 날고 있다

 

 

  

 

약력> 손창기 - 경북 군위 출생. 200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달팽이 성자』가 있음. jango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