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텃밭에는

죽을 같은 마음을 부려놓고 풋것이 심지를 올린다

풋것은 초록의 맹목을 보여주는 것일까

맹신자처럼 하늘을 향한

기도를 텃밭에 촘촘하게 박은 것일까

 

반은 볕에 녹고

반은 살아보려고 오체투지 하는

풋것의 머리에 물뿌리개로 성수 같은 물을 뿌리면

당신에게 박힌 마음이 가장 먼저 타고

마음을 퍼낸 울음소리로 가장 늦게 우는

 

당신도 나도 벙어리처럼 질문을 잠근 염천을 가졌다

소리도 없이 타들어가는 우렛소리를

울음 속에 메우고  

반이나 녹아 없어진 마음을 태우고나서야

울음도 시시해져 우렛소리도 염천도

순한 짐승처럼 핏줄에 새겨진다  

 

 

 

 

 

배웅

 

 

 

그날 저녁은

생가지 타는 연기가 가슴에서 일어

눈이 매웠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보내온

이메일에는 악보가 불타고 있었다

바람 속으로

첼로선율이 뜨겁게 날아가고 있었다

당신의 마음이었다고 생각했지만

당신을 보내지 못한 마음임을 알았다

악보가 불타는 동안  

미움이 남았으면 태워 달라는

주문 같기도 했다  

인생은 불타는 악보처럼 연주해야 한다고  

노래는 자유롭게 놓아주어야 한다고

불이 닿은 악보는

붉게 번지다가 검게 날렸다

노을 속으로 스몄다

소리를 놓아주며 바람이 되고 있는 악보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고 있다고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가슴을 퍽퍽 치면서 말하던 당신은  

마음의 어디에 스미는 걸까

매운 연기가 일어

눈이 오래 매운 것이  

불타는 악보 때문만은 아니었다

 

 

 

 

경남 김해 출생

1994『시문학 』에 ‘어머님의 품’외 4편으로 우수작품상 등단

<빈터>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

 

시집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상처가 스민다는 』『타오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