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 나무 


그것은 아득한 거리에 숨어 있는 사랑이었네.
잉카인들 삶의 무늬 부드럽게 넣었던 바윗돌은
비바람이 닦는 오랜 시간에 반질반질 숨을 쉬고
먼 우주에서 막 착륙한 우주인 모습으로
작은 우산을 펼치고
아득한 거리 구름안개 뭉개며 찾은 공중도시 마추픽추는
두꺼운 문 단단히 걸고 짙은 사색에 잠겨 있었네.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여행객
떨어지는 구름 빗방울을 또 다른 인연으로 바닥을 보며
날씨 맑은 후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미래를 떠올리며 좁은 비탈길을 밟고 밟았네.
찰흙 주무르듯 바위를 매만진 잉카인의 손길
태양의 신전 앞 나무 한 그루 
허공 높이 곧게 올리고
망지기에서 태양의 신전, 달의 신전, 콘도로 신전으로 걷는 거리를
태양에서 지구, 그리고 달까지 거리라고
시계 방향으로 잉카 흔적 더듬으며 걷는
낯선 방문객을 바라보며
구름안개 저편 숨은 잉카의 속살 이야기
빗방울로 들러주고 있었네.
밝은 태양 밑 그림자를 신전 위에 그을 
마추픽추의 키 큰 나무 한 그루 해시계로 머물며
가지에 푸른 바위 종 하나 단단히 걸고
잉카의 소리 은은히 울리고 있었네.


*망지기 : 공중도시 마추픽추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구름의 그림자


내가 그대에게 가는 길은 구름의 그림자를 찾아가는 일
먼먼 나라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 투어를 마친 그 다음 날
이따금 라마가 길가에서 풀을 뜯고 여우가 귀를 쫑긋하는
먼 길 앞으로 줄줄이 설산도 보이는 고원의 숨 가쁜 길을
현지 가이드이며 지프차 운전기사인 카멜은
앞차가 일으키는 부연 먼지에도 익숙한 듯
불평 없이 옛날처럼 세상을 달리네.
물 고인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어린 맘으로 폼을 잡으며 사진 찍을 때
하늘과 호수가 몸을 합치는 몽환적 분위기에 풍덩 빠져들었네.
어쩌지 못하고 멍하니 풍경 바라보며 시간만 흐르게 할 때
소금 꽃을 피우던 태양은
붉은 놀 아래로 윤슬을 뿌리고 또 뿌렸네.
어제의 그제의 그 풍경 담은 폰 속 사진 되새김질하며
오늘 낯선 여행지 해발 고도를 높이며 찾아가는 저 앞쪽으로 
새롭게 풍경을 만드는 안데스 설산들 
그리워했지만 아직 내가 이름 모르는 산이라네.
해발 사천 미터 아래위로 이어지는 구불구불 긴 길 따라
오천 미터 이상 산들은 구름과 눈을 성자(聖者)처럼 걸치고
내가 그대에게 가는 길은 
구름의 그림자 사랑 높은 그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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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영
199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별빛의 길을 닦는 나무들>, <바다는 넓은 귀를 가졌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