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수평선

 

 

                         

 

도로를 내로 바꾸고

차는 쪽배로 바꾸면

흐르고 흘러 닿을 수 있을까

 

무릉武陵

 

복사꽃 붉게 핀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젓대를 불면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와 내 무릎을 베고 눕는 수평선

 

설익은 음률에도 바다는 파도를 파견하여 장단을 맞추고 추임새로

보구치 복복

성대는 분홍, 꽃분홍

 

복사꽃 풀풀 풀 흩어질 때

자꾸 뒤돌아보며 작별하는 어깨 너머

화개花開를 기약할 까닭들이 차곡차곡 쟁여진 고리짝이 있어……

 

내는 다시 도로로 바꾸고

쪽배를 차로 바꿔

밟아, 밟고 또 쌔려 밟으면 세월을 추월하여 먼저 닿을 수 있을까, 내년도, 후년도, 내후년도치

 

도원桃源

 

 

 

 

박바위 수평선

 

 

 

그날 우리는 구룡포항 방파제 아래 수평선을 매놓고

언덕을 감돌아 응암산鷹岩山 박바위에

올라섰다

그런데,

 

객석인양 마련된 널따란 바위마당에

바다가 이동극장 스크린처럼 펼쳐져 있고

바지랑대 몇 개를 이어 괸 빨랫줄 같이 수평선이 높다랗다

 

수평선 아래 배

배 흘수선 아래 갈매기

갈매기 날갯죽지 아래 읍내 지붕이 오보록한

영상

 

동해는 그믐사리 간만도 긴가민가한데

등산객 붐비는 토요일이라고

야트막한 산이 이리 높이 해수면을 끌어올릴 재주가 어디 있었누?

 

산꼭대기 움푹 팬 바위 웅덩이에 괸

물에 손을 담그니 리모컨을 누른 듯 화들짝

화면이 바뀐다

 

속보,

누가 조금 아까 매, 아니 부엉이처럼 훌훌 벼랑을 날아내렸다는

 

포항시 구룡포읍에 있는 응암산 봉우리 이름. 해발 15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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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호 (車榮浩)

 

1986년 《내륙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집 『어제 내린 비를 오늘 맞는다』, 『애기앉은부채』, 『바람과 똥』 등

younggh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