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산다이

  

단애의 발목으로 착착 감겨오는

독실산 아홉 골짜기 너머

향리마을 비탈진 동구에서 만났지

한쪽 가지는 말라죽은 지 오래

다른 가지는 생생이 살아 오른 연리지

소나무 하늘 길로 아슬한 줄기를 따라

기나긴 돌무지 울안으로 숨은 집들

골골이 서너 뼘의 텃밭들을 내보이며

겨우 죽어 누울 자리만한 뙈기 안에서

살기위해 서로를 가르는 담장들을 두르고

옹기종기 골육처럼 꼭 껴안고 무시로

노략하는 폭우, 태풍, 땡볕, 시월도지,

날칼 같은 북서풍을 향해 쉼 없이

슬픈 항쟁을 벌였던 흔적인가

쏟아질듯 몰려오는 저녁 어스름

슬슬 달겨 알뿌리로 캐어 말리며

칠순의 생애를 일구던 가거도 할마씨

내게 말했지 사내도 자식도 오래전에

떠나고 혼자 사니께 후박술 줄 텐께

산다이판 함 벌려보자고 저녁에 놀러오라고

놀러 갈랑께 꼭 기다리라던 산다이 약속

가거도의 너울로 몰려오곤 한다

 

 

가거도

 

밀려난 꿈은 가장자리가 가장 깊다

사는 일에 목을 걸고 맴을 돌다

국토의 맨 끝 가거도에 이르러

이웃나라 닭울음에 귀 기울이고 있는

녹섬 앞 둥구회집 평상에 앉아

검정 보리술로 목을 헹구면

박혀있던 낚시미늘마저 따뜻해진다

밤 깊은 동개해변 찰랑거리는

둥근 달빛에 흠뻑 젖어

사는 일 흔적도 없이 지워져

남의 나라 남의 일이 된 즈음에야

새로워진 나를 만난다 스스로 깊어진

가장자리를 만난다 생무릎 꺾여

밀려나보지 않은 이들은 평생을 살아도

가거도에는 이르르지 못하리

 

박관서.

전북 정읍 출생, 1996년 계간 『삶 사회 그리고 문학』 신인추천. 7회 윤상원문학상 수상. 시집 『철도원 일기』, 『기차 아래 사랑법』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