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등

 


 

아버지 등을 밀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등도 비바람 피하지 못하는가

나이 타는 얼굴처럼

검버섯 돋아나고 낡고 해지고 주름지고

어릴적 아버지 너른 등

따개비처럼 한참을 밀었어도

당당 멀었었다.

이제는 손이 커져서

여름소나기 지나가듯 밀어대니

등도 부끄럼 타는 것일까

아버지 굽은 등

결기도 핏기도 자존도 없어지고

등도 조금씩 잊혀지는 것일까

황사에 패이고 깎여서

종잘거리던 시내도 말라 버렸으니

비바람 찬서리 내리다 보면

등도 갑각류 문양이 되는 것일까

 

 

 

아버지 필적

 

젊어서 아버지

필체가 좋았다.

근골이 튼튼한 집을 짓듯

그것 좌우로 기울지도 않고

앞뒤로 엇박이 나지도 않고

자모자가 반듯반듯 했었다.

 

중년에 들어서서 아버지

궁굴리는 솜씨가 늘어나서

조련마 발놀림하는 것처럼

 

경쾌하게 옆으로 달렸다.

필선이 유연하여

좌우를 거느리고 앞으로 달렸다.

 

이제 노년이 되어서

힘도 빠지고 어깨도 쳐지고

손도 떨리니 길이 흔들리고

필체도 삐틀삐틀 필선도 들쭉날쭉

더디게 고갯길 넘어 갔지만

필력은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모래밭의 기러기처럼 발림을 노닐었다.

 

오늘도 아버지

부주돈 봉투 쓰시면서

무릎 꿇고 엎드려서

솔가리 냄새 풍기신다.

이젠 갈필이 되어서

죽은 귀신 부르는 필적이다.

 

 

최기종 1956년 전북 부안 산, 1992년 교육문예창작회지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나무 위의 여자』, 『만다라화』, 『나쁜 사과』, 『어머니 나라』, 『학교에는 고래가 산다』, 『슬픔아 놀라』, , 목포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