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오

 

          남태식

 


무덤의 나라에는 아니오가 없다


아니오가 없는 무덤이

허물고 쌓고 허물고 쌓는 것들은

모두 무덤


무덤들 위에 새로 피우고 돋우는

꽃들도 무덤

풀들도 무덤


무덤이 된

꽃들이 슬프다

풀들이 슬프다


아니오가 없으면

아니오가 없는 나라도 무덤

그 나라의 산천이 모두 무덤


아니오가 없는 무덤이 슬프다

아니오가 없는 나라가 슬프다

그 나라의 산천이 모두 아프다





벗다


무덤에 안 드니 경칩 지난 눈바람도 무지 매섭다. 골골 휘저으며 눈발로 등성이를 내리 뭉개니 시려 가슴을 웅크려 오므린다. 눈밭에 몸을 숨기니 겨울은 아무래도 못 건넌다.


무덤에 드니 한겨울의 칼바람도 다소곳하다. 찬 기운 오래 일도록 밤새 빚은 눈의 뼈 굳히지 않고, 잠깐 든 햇살에도 모두 삭힌다. 무덤에 몸을 묻으니 겨울은 아무튼지 건넌다.


무덤에 들어 겨울을 건너니 느닷없는 봄이 오고, 드디어 무덤마저 다 벗는다.



남 태 식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내 슬픈 전설의 그 뱀>  tsnb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