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눈길로만 키운 것들엔

닿을 없는

애절함이 스며있다.

 

북쪽으로 서재 너머

발길은커녕 눈길조차 외면당한 후미진

나리꽃 송이 년째 혼자 세월을 이고 있다.

나는 하루에도

그저 묵연히 바라만

지독한 가뭄에도 모금 건네지 못했지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창을 두드린다.

 

출렁이는 빌딩숲

꼬박꼬박 내는 월세에 저당 잡혀

연애도 결혼도 자식도 꿈도 희망도 포기해야하는

5 세대의 막막한 산길 같은 청춘이

시름시름, 산그늘마냥 깊어가도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봐야하는

물노을에 깃든 마음길이다.




시간의 그림자

                     

 

물새는 파문을 열어 노을빛 나르고

연잎에 맺힌 사리 마지막 사라지면

어둠이

나비 앉듯이 소리 없이 내린다.

 

가슴속 스민 어둠이 가을의 날과 같아

세월이 그려놓은 삶의 무늬 따르노라면

어릴

눈감고 걷던 골목에 있다

 

한생을 풀어놓는 소나기 내리는

그리운 없어도

꽃밭 일구는 마음으로

어둠도

지우지 못할 그림자로 남는다.

 

 

김수화 약력

 2003년 자유문학 시 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북여성문학회 회장(), 백수문학제 운영위원, 경상북도문인협회 편집위원장, 김천문인협회 사무국장 , 논술 토론 강사. 3회 경북여성문학상 수상. 2018 김천예술인 공로상 수상, 시집 ‘햇살에 갇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