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김차순

 

기어가는 통증

너덜너들 해 진 맘

아프게 누워

쇠뭉치처럼 든 수화기

번호도 모른 듯 내리고

 

둑이 터지듯

허공의 발자국

까맣게 메우고

절로 닫힌 입

 

‘미안해’

말이면

성글게 기워져

곧추설텐데,

 

 

 

쓸어 담다 

 

어머닌 세월을 싹싹 쓸어 담는다. 

 

가마솥 오목하게 앉힌 쌀밥

일곱 도시락에 나누고 할머니 밥 한 공기

어머닌 딸딸 긁어모은 보리밥차지

여학생 도시락찬이 김치와 콩자반여서 늘 미안하다던 안타까움도

일기예보보다 먼저 나서

단 한방울의 비도 맞히지 않으려던 그 열정

등록금 나올 때

남의 집 대문 넘기 조마조마 했다던 마음도

 

발을 헛딛듯

시커먼 입 속으로 떨어져

 

뒷집 아지매 말씀이 지나는 동안

화장지 한 칸 뜯어

방바닥 싹싹 쓸어 담는다